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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病自灸

2013.02.20 12:05

홍석균 조회 수:3599

無(없을 무)病(질병 병)自(스스로 자)灸(뜸질할 구)
아픈 데도 없는데 스스로 뜸을 놓는다는 뜻으로, 공연히 쓸데없는 짓으로 정력을 낭비한다는 의미다.


공자의 친구 유하계는 아우 때문에 세상에 낯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처지였다.
아우 도척이 천하의 큰 도적이기 때문이었다.
수천 명의 졸개를 거느린 도척은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었다.
제후들의 영지도 자기 집 안마당처럼 거침없이 드나들었고,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가 하면 부녀자들을 겁탈했으며, 
재물이든 가축이든 걸리는 족족 빼앗아 가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제후들이나 심지어 나라까지도 도척을 겁내어 적극적인 대항책을 모색하기는커녕 제발 접근해 오지 
않기만을 염원하는 형편이었다.
유하계는 공자에게 하소연했다.
"그놈 때문에 창피해서 못 살겠소.
천하의 악당 짓을 하는 데다 부모형제를 돌보기를 하나, 조상의 제사를 알기나 하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료."
"그렇다면 내가 한번 만나서 타일러 보리다."
공자는 이렇게 자청하고 나섰다.
내가 누구냐.
천하의 제후들을 상대로 인의와 도덕을 설파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변설의 천재가 아닌가 하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유하계가 펄쩍 뛰었다.
"그건 내 아우를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외다.
공연히 큰 코 다치기 전에 그만두시지요."
그러나 말을 꺼내 놓고 그만두는 것은 공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도척을 잘 몰랐고, 무엇보다도 그까짓 도둑의 괴수 하나 설복 못 시키면 내가 누구를 붙들고 천하
경륜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으랴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하계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척을 만나러 나섰다.
드디어 도척의 소굴에 찾아간 공자는 자기 예상과 180도 다른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우선 도척의 위풍에 압도되어 기가 팍 죽어 버렸다.
자기도 큰 키를 자랑해 왔건만 도척은 두어 뼘이나 더 큰 데다 몸집이 엄청났고, 고리눈의 이글거리는 안광은 마주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목소리는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고명한 선생께서 나 같은 놈을 어찌 찾아오셨소?"
"다, 다름이 아니라, 이, 인의의 도리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공자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 켸켸묵은 도린지 뭔지로 날 설득하러 왔다면 두말 말고 돌아가시오."
"그, 그렇지만 당신 형님 부탁으로..."
그러자 도척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너처럼 글줄이나 읽고 어진 척 이러쿵저러쿵하는 놈들이다.
그나마 당장 죽이지 않은 것도 우리 형님 낯을 봐서인데, 목이 잘리는 아픔이 어떤지 당해 보겠느냐?"
그러면서 칼자루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공자는 정신이 아득했다.
체면이고 뭐고 없이 허둥지둥 돌아 나와 수레에 올랐다.
얼마나 당황했던지 두 번이나 미끄러져 떨어졌고, 고삐를 잡으려다 몇 번이나 놓쳤으며, 가야 할 방향이 어느 쪽인지도
모르고 말을 몰았다.
얼굴빛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겨우 성문 밖에 이르렀을 때, 마침 유하계를 만났다.
"그렇게 말렸는데..... 제 아우놈을 만나 보셨소?"
공자는 고개만 끄덕였다.
"헌데, 안색이 왜 그렇소? 
어디 아프신지?"
그제야 공자는 단내가 물씬한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진작 말릴 때 들을 걸 그랬소이다.
예컨대 아프지도 않으면서 스스로 뜸을 뜬 꼴이오.
목숨을 부지해서 돌아온 것도 그나마 천만다행이오.
내 평생 이렇게 혼나기는 처음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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